‘나비가 내 꿈을 꾸는 것인지, 내가 나비의 꿈을 꾸는 것인지….’
호접몽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중국 춘추 전국 시대 송나라의 사상가 장자는 비록 벼슬을
하긴 했으나 살림살이가 넉넉지 못했던 모양이다. 어느 날 식량이 떨어진 장자는 평소 친분이
있는 위나라의 군주 감하후에게 곡식을 빌리러 갔다. 감하후는 머지않아 세금을 거두게 될 텐데
그때 삼백금을 꾸어 주겠노라고 답했다. 그러자 즉흥적으로 이야기를 지어내는데 천재적이었던
장자는 그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제가 어제 이곳을 오는데 뒤에서 누가 절 부르더이다.
돌아보니 붕어 한 마리가 수레바퀴 자국으로 패인 땅바닥에서 팔딱이고 있었습니다.
‘저는 동해의 소신인데 약간의 물만 있으면 저를 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하여 제가 말했습니다.
‘내가 지금 남쪽으로 가는 길인데 가서 촉강의 물을 끌어서 너에게 보내 주겠다.’
그러자 붕어 왈,
‘나는 한 양동이의 물만 있으면 살아날 수 있을 터인데, 이제 건어물전에나 가서 나를 찾으시오.’
”(장자 <잡편> 제26장 ‘외물’)
장자 역시 곡식 한 말이면 고비를 넘기련만, 그것을 주지 않고 삼백금 타령이나 하고있는
감하후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로 정곡을 찌른 것이리라.
■ 100원회
예전에 모 일간지에 실린 기사 한 토막. 회원들이 매일 100원씩 모은 돈으로 광주 지역
소년 소녀 가장과 모범 청소년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는 기사였다. 이미 14년째 이어져 오는
이 사업은 회원 10명에서 시작하여 현재 초등학생부터 할머니까지 6백여 명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으며, 그간 수여한 장학금의 액수는 1억 1천 9백 7십만 원이라고 한다.
■ 그라민 은행
한 바가지의 물이 사람을 살리는 이야기는 해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방글라데시, 그곳엔 특이한 은행이 있다.
부자들에게만 관심을 갖고 돈이 많은 이들에게만 대출을 해 주는 일반 은행과는 정반대인
그라민 은행이 그것인데, 천대받는 빈민들에게만 150달러 이하의 무담보 소액 대출을 해
주는 것이다. 엄청난 규모의 국제 원조는 사실상 빈민들에게 당장 먹고살 수 있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은행에서 소액의 돈을 빌린 이들은 그것을 밑천으로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전 세계가 이 은행의 부도를 예견하며 비웃었지만, 원금 회수율은 99퍼센트, 설립된 지
10년이 되는 1993년부터는 흑자 운영 그리고 무엇보다 대출을 받은 사람들 중 58퍼센트가
빈곤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자니, ‘너희 집에서 밥 한 끼만 같이 먹자’고 하굣길에 따라오던 같은 반
남학생을 야멸차게 돌려보냈던 고등학생 시절이 생각나 마음이 아프다. 그땐 그 친구가 그렇게
어려운 형편이었는지 정말 몰랐노라고 변명해 보지만 뒤늦은 후회일 뿐이고, 그가 훌륭한 목사님이
된 것에 다만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생각난 김에, 오천 원짜리 된장찌개에 공깃밥 추가면 더없이
행복한 오늘 저녁을 보낼 지인은 혹시 없는지 이 문장의 마침표를 찍자마자 얼른 연락처나 뒤져
봐야겠다. “주여 우리가 어느 때에 주께서 주리신 것을 보고 음식을 대접하였으며 목마르신 것을
보고 마시게 하였나이까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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