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노인이 병원을 찾았다. 요새 들어 온몸이 안 아픈 데가 없는 것이 아무래도 큰 병에 걸린 것 같았다. 의사가 노인에게 물었다. “할아버지, 어디가 특별히 아프세요?” “아유, 안 아픈 데가 없다니까. 손을 대기만 해도 아파.” 몇 가지 질문을 더한 후, 할아버지의 몸을 이곳저곳 살펴보던 의사는 빙긋이 웃음을 짓더니 이렇게 물었다. “할아버지, 손은 언제 다치셨어요?껄껄껄.”
손을 대기만 해도 통증이 있다던 할아버지의 몸은 아주 정상이었다. 대신, 어디에 다치셨는지 손에는 아직 아물지 않은 꽤 큰 상처가 있었다. 다친 손으로 자꾸 여기저기 눌러 대니 손을 대기만 해도 아플 수밖에. 누군가 웃자고 만들어 낸 이야기겠지만 그냥 웃어넘길 이야기는 아니지 싶다.
언젠가부터 신문지상에는 ‘불통, 먹통’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주로 정치면에서 자주 보이긴 하지만 과연 우리 직장, 우리 집과는 상관없는 단어일까? ‘소통하지 않으면 고통 한다.’라는 표현이 이젠 식상할 정도로 소통, 소통 외치는 우리 사회지만, 불통의 징후들은 굳이 신문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곳곳에 만연하다. 소통 기술을 가르치고 있는 서울여대 김창옥 교수는 한 방송에서 불통의 징후를 대략 4가지로 나누어 말했다.
첫째, 계절의 변화를 민감하게 느끼지 못한다. 언제 벚꽃이 피었다 지고 언제 은행잎이 노래지기 시작했는지 모르며 오로지 ‘춥다.’ 와 ‘덥다.’ 두 가지로만 계절을 느낀다는 것이다. 아마 뜨끔한 분들이 계실지도?
둘째, 동물과 교감하지 못한다. 여름날 오후, 따가운 햇살을 피해 주차된 차 밑에서 가늘게 실눈을 뜨고 깜빡깜빡 졸고 있는 도둑고양이를 보며 ‘더럽다.’라는 생각만 드는 사람이라면 조금 위험하다.
셋째, 콧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기억을 더듬어 보자. 최근에 노래방에서 고래고래 목청을 높인 적은 있지만, 일하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린 적은 언제였던지?
넷째, 유머 감각이 없어진다. 성공 확률 100퍼센트를 확신하며 비장의 유머를 날렸는데, 순간 정적이 감돌며 사무실에 빙하기가 도래했다면? 아마 직장 동료나 고등학생 딸내미로부터 '우리 과장님은 불통이야!’, ‘아빠랑은 말이 안 통하잖아!’라는 짜증 섞인 뒷담화를 듣게 되는 건 시간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자신의 문제를 모른다는 것! 다친 것은 손인데, 손을 대기만 해도 아프다며 몸을 치료하러 온 할아버지처럼 불통의 아이콘들은 대개 모든 문제를 다른 사람이나 상황, 또는 환경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다분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김창옥 교수가 제안하는 불통 치료법이다. 뜻밖에도, 자연을 가까이하는 것이 소통의 능력을 키워준다고 한다. 60년 만에 찾아온 긴 장마가 끝나고 삼복더위가 지나간 9월, 물론 이제 대한민국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되어 9월을 가을이라 부를 수 있을지 고민되지만 그래도 자연은 아직까지 한 번도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아무리 이상기온이라지만 여름에 눈이 온 적은 없지 않은가? 또 한겨울에도 기온만 맞춰지면 개나리가 피지 않던가?
이토록 정직한 계절처럼, 마음과 말하는 것이 다르지 않은 사람, 감정과 얼굴 표정이 일치하는 사람, 친한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누구세요?’ 하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성안에 꼼짝없이 갇힌 라푼젤은 자신의 머리를 길러 외부와 소통을 했건만…. 다가오는 가을은 어떤 멋진 소통 방법을 우리에게 가르쳐 줄까?
“하늘이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고 궁창이 그의 손으로 하신 일을 나타내는도다 날은 날에게 말하고 밤은 밤에게 지식을 전하니 언어도 없고 말씀도 없으며 들리는 소리도 없으나 그의 소리가 온 땅에 통하고 그의 말씀이 세상 끝까지 이르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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