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1페니 절약은 1페니를 버는 것이다(A penny saved is a penny earned).”라는 말이 있다. 절약한 만큼이 곧 저축이 된다는 뜻으로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우리나라 속담과 일맥상 통하는 말이다. 세계 최고의 부자 빌 게이츠는 자녀에게 일주일 용돈으로 1달러씩 주고 있으며, 원화로 1,000원 정도밖에 되지않는 1달러조차 그냥 주지 않고 일(잔디 깎기 등)을 한 후에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통해 자녀들은 1,000원의 소득을 얻기 위해 땀을 흘려야 한다는 사실을 배우게 되고, 땀 흘려 번 돈의 가치를 알기 때문에 적은 돈이지만 쉽게 사용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는 자녀들에게 돈의 가치를 알려 주는 좋은 사례라 하겠다.그런데 이 사례에서 분명히 배울 점이 있음에도 쉽게 우리의 삶에 적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경제 교육 수업을 받던 한 학생은 부족한 용돈을 집안일(설거지)을 도와 충당하고자 했을 때, 부모님이 “너는 공부나 열심히 하면 돼!”라고 말씀하시며 필요한 용돈을 그냥 주셨다고 말했다. 이 가정뿐 아니라 부모들 대부분이 자녀가 공부할 시간에 용돈을 벌기 위해 가사를 돕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것이다. 부모 입장에서 보면 학업에 혹여 지장이 되지 않을까 또는 자녀가 어린 나이에 돈을 너무 밝히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적은 소득일지라도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자녀들에게 경험시키기 위한 목적에 포커스를 맞춘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미 우리 사회는 자녀에게 용돈이 필요할 때마다 부모가 융통해 주는 문화가 뿌리 깊이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문화로 인해 자녀들이 돈의 소중함에 대해 깨닫지 못하게 될 뿐 아니라 소비를 쉽게 생각하며 실제로 성인이 되어서도 자립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의존하는 캥거루족이 급증하는 결과를 낳았다.
우리는 자녀에게 용돈을 언제 줘야 할까, 얼마를 줘야 할까를 주로 고민한다. 용돈을 주는 시기나 금액을 잘 선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용돈을 통해 적은 돈을 귀히 여길줄 아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다. 부모가 삶 속에서 푼돈을 소중히 다루는 모습을 보여 주고, 평소 푼돈의 가치에 대해 자녀와 대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자녀가 간혹 “겨우 500원밖에 안하네!” 등 푼돈을 소홀히 여기는 표현을 할 경우, 적은 돈이 모여 큰돈이 된다는 푼돈의 가치에 대해 상기시켜 주어야 한다.
귀인초등학교 3학년 김기원, ‘1,000원의 가치’
또한 하루 20분을 할애하여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1,000원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도 좋다. 귀인초등학교 3학년 김기원 학생이 그린 그림을 보면 10원이 10개면 100원이 되고, 1,000원이 100개면 10만 원이 된다는 “티끌 모아 태산”의 의미를 표현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돈을 벌기 위해 심부름을 할 수도 있고 은행에 돈을 맡겨 이자를 받으면 돈이 더 생길 수 있다며 다양한 각도에서 1,000원의 가치를 생각해 보았다. 적은 돈이 없으면 결코 큰돈이 모이지 않는다는 것과 1,000원을 얻기 위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측면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그림이다.
해오름초등학교 3학년 이소연, ‘1,000원의 가치’
해오름초등학교 3학년 이소연 학생은 아프리카에서는 1,000원이면 식사 세 끼니를 해결할 수 있고, 물이 귀한 아프리카 사람들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는 금액이라고 표현했다. 이곳은 가난해서 주전자가 없기 때문에 물탱크에서 물을 받아 먹는다는 표현도 재미있게 한 것을 보니 아이의 상상력까지 동원된 듯하다. 아프리카에서는 1,000원이 생계를 유지하는 일에 사용되므로 우리나라에서의 1,000원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가치를 지녔다는 것과 아름다운 기부의 의미를 되새기는 그림이다.부자들의 이야기 가운데 투자에 성공하여 대박이 나거나 로또 복권에 당첨되어 부자가 된 이야기는 극소수의 경험에 불과하다.
평범한 사람들이 6~7년 만에 1억을 모으거나 짧은 기간에 종잣돈을 모은 사례들을 살펴보면 비법은 단 하나, 푼돈을 귀히 여기고 그것을 차곡차곡 모은 것이었다. 이들은 점심값 절약을 위해 도시락을 생활화하거나 교통비 절약을 위해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녔고, 이렇게 절약한 덕분에 남들보다 빠르게 목돈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한다.
'어릴 적 용돈 관리 습관, 평생 간다.’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자녀들이 푼돈을 모아 차곡차곡 쌓이는 저축의 기쁨을 경험하고, 작은 기부를 통해 많은 이에게 희망을 안겨 주는 귀한 경험을 할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부를 1순위로 삼는 우리나라의 배경으로 미루어 볼 때, 이 경험은 분명 남보다 한발 앞선 선택이며 아이의 경쟁력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