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즐거움이나 기쁨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통해 삶에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상실감, 좌절감, 슬픈 감정, 인간관계에서 오는 실망감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으로 마음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특히 일조량이 적은 겨울철이면 우울증과 같은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진다. 적절한 때에 상담이나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증상이 몇 주, 몇 달 심한 경우 몇 년씩 지속되기도 한다. 하지만 균형진 영양, 규칙적인 운동, 올바른 수면 습관을 갖고 주변 사람들의 정서적인 지지를 받으면 곧 심리적인 안정을 되찾게 되고 마음의 병을 이겨 낼 수 있다. 또한 날씨가 춥다고 해서 실내에만 머물러 있기보다는 여행이나 산책 등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되는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
노인의 정신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
몇 십 년 전보다 한국인의 수명은 20년 넘게 증가하였다. 그러나 오래 산다는 것이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어서 노년기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다시 말해 길어진 노년기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 노후를 준비하고 관리할 필요가 생겼단 말이다. 베이비붐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이 노인이 되면 우리나라는 초고령 국가가 되기 때문에 노년기 삶의 질은 우리 모두의 관심거리이다. 누구나 행복한 노년기를 보내고 싶어 하지만 노인들의 정신 건강과 행복을 위협하는 스트레스 요소가 너무 많다. 몇 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첫째,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신체적 노화가 진행된다. 노년기에는 신체적으로 허약해지기 때문에 만성 질환을 하나 이상 가지고 살아가는 노인이 많다. 그러나 신체적인 한계가 있어도 여전히 질 높은 삶을 유지하는 노인도 적지 않다. 운동이나 적절한 음식물 섭취와 같은 자기 관리로 신체적으로 병약해지는 것을 늦출 수는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이를 수용하고 그것에 적응하며 살아야 한다.
둘째, 퇴직 후 생활에도 적응해야 한다. 실제로 퇴직 후 자신에 대한 무가치감이나 무력감을 느껴 우울증에 빠지는 노인이 상당히 많다. 퇴직 후에 노인이 우울해하는 것은 활동성이 저하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노년기 정신 건강을 위해 퇴직 후에도 노인에게 맞는 직업을 다시 갖거나 자원봉사 등으로 일하며 활동성을 높이는 것이 좋다.
셋째, 부부가 같은 시각에 사망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결혼한 노인 중 절반은 배우자의 사망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노년기에 배우자의 사망에 대한 충격을 이겨 내지 못하고 배우자 없는 삶에 적응하지 못하면 정신적으로 힘들어진다. 세상에 혼자 남겨졌다는 고독감이 노인의 정신 건강은 물론 신체 건강까지도 해칠 수 있다.
넷째, 사회 변화도 노인의 정신 건강을 위협한다. 부자 관계가 아닌 부부 관계가 중시되는 핵가족 사회 그리고 효와 경로사상이 점차 경시되는 사회에서 전통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노인은 정신 건강을 유지하기 힘들다. 이런 사회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젊은 층과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자녀나 며느리와 갈등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끝으로 자식과의 그런 갈등이 장기적으로 노년기 정신 건강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현시대 노인들은 부모를 부양하면서 부모의 권위를 인정하고 순종하는 삶을 살았기 때문에 자신의 자녀나 며느리도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자녀와 며느리는 생각이 전혀 다를 수 있다.
심리적 요인
필자가 노년기의 스트레스와 웰빙을 연구해 오면서 노인의 정신 건강을 위협하는 몇 가지 중요한 심리적 요인이 있으며 그것을 잘 조절할 경우 노년기에 더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노인의 정신 건강과 행복을 위협하는 첫 번째 심리적 요인은 원한이다. 자신에게 잘못한 타인을 용서하지 못하고 마음속에 원한이 있으면 노인이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기 어렵다는 것이 여러 연구로 밝혀졌다. 일생을 살아오면서 자신을 부당하게 대했거나 자신에게 잘못한 사람을 수시로 마음속에 떠올리며 미워하고 저주하는 것은 그 사람이 아닌 본인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
특히 노년기의 경우 원한의 대상자가 죽어서 더 이상 세상에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따라서 종교적 이유뿐 아니라 노년기의 정신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도 원한을 내려놓거나 더 나아가 자신에게 잘못했던 사람을 용서해야 한다.
정서 억제도 노인의 정신 건강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한국의 여성 노인들은 어린 시절부터 자기를 노출하는 것을 삼가며 감정을 억제하라고 교육받아 왔다. 그런 정서 억제가 정신 건강뿐 아니라 신체 건강에도 좋지 않다는 것이 연구로 밝혀졌다.
예를 들어 한 연구에서는 배우자를 잃은 사람 중에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을 많이 털어놓은 사람들이 1년 뒤에 더 건강하였다.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는 것이 노인을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든다고 한다.
노년기의 행복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다른 심리적 요인은 후회다. 누구도 후회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하고 그것이 언제나 최상의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기 때문이다. 자신이 선택한 것이나 선택하지 않은 것에 관해 후회할 수 있지만 후회가 과도하면 정신적 고통을 유발한다.
분노와 무력감이 후회에 뒤따르는 대표적인 부정적인 정서다. 에릭슨은 노인이 자신의 인생을 통합하지 못하면 큰 좌절을 경험한다고 주장하였다. 노년기에 자신의 인생을 되짚어 보면서 잘한 일은 물론 잘하지 못한 것까지 자신의 삶에 통합시켜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솔로몬 왕이 말년에 '인생이 헛되다’고 토로한 것은 그의 노년기 삶의 질을 대변한다. 노년기에는 정신적으로 힘들게 만드는 것들이 많지만 행복에 대한 설문 조사에서 어떤 연령층의 사람들보다 노인들의 행복감 수준이 가장 높게 나타난 경우가 있었다. 자신에게 부당한 짓을 한 사람을 용서하고, 주위에 믿을 만한 사람에게 자신의 처지와 감정을 적절하게 노출하며, 살아온 인생에 대하여 크게 후회하지 말고 그것을 받아들인다면 노년기에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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