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과학의 발달과 생활의 풍요로움으로 현대 인간의 기대 수명이 100세에 가까워진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통계청 자료에 근거하여 기대 수명에 이르지 못한 사람들의 주요 사망 원인을 살펴보면, 뇌졸중, 심근 경색 같은 심혈관 질환과 각종 암이 사망 원인의 1,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즉 교통사고나 자살과 같은 예측이 불가능한 죽음을 배제하면 대한민국 사람 3명 중 1명은 심혈관 질환으로, 또 다른 한 명은 암으로 사망합니다.심혈관 질환이나 암은 발견되기 전까지는 자각 증상이 없을 뿐 아니라 발병하면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거나 심각한 후유증이 남게 되고, 막대한 의료비와 사회적 비용이 소모되므로 국가에서는 건강 검진을 통해 암 조기 진단과 심혈관 질환 위험 요인을 찾아 미리 관리하도록 전 국민을 상대로 건강 검진 사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심혈관 질환의 위험 요인으로는 익히 알려진 대로 연령,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 등이 있습니다. 특히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같은 질환은 한순간에 발병하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질환이므로, 최근 의학계에서는 여러 임상 시험 결과 이러한 질환의 진단 기준을 더 낮추어서 치료를 빨리 시작하는 것이 심혈관 질환 발생을 낮출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보고하고 있습니다.대사증후군이란 심혈관 질환의 위험 요인인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으로 인한 질병 진행 과정이 치료 단계 수준까지는 이르지 않았지만 병태 생리학적으로 곧 발병할 확률이 있으며 심혈관 질환 위험이 3~4배 높은 경우를 말합니다. 이러한 대사증후군을 판정하는 기준은 아래의 5가지가 있으며, 이 가운데 3가지 이상에 해당할 경우 대사증후군이 발생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1. 한국인의 허리 둘레가 남자는 90센티미터(35인치), 여자는 80센티미터(31인치) 이상인 경우
2. 트리글리세라이드(중성 지방) 수치가 150mg/dL 이상인 경우
3. 고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HDL-C) 수치가 남성은 40mg/dL, 여성은 50mg/dL 미만인 경우
4. 공복 혈당이 100mg/dL 이상인 경우
5. 수축기 혈압이 130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85mmHg 이상인 경우
대사증후군의 주요 원인은 고칼로리 식사와 운동량의 부족으로 인한 영양 과잉으로 주로 생활 습관과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 몸을 달리는 자동차로 비유하면, 자동차는 연료(휘발유, 경유)가 없으면 달릴 수 없는 것처럼 우리 몸도 당 에너지가 없으면 살 수 없습니다. 우리 몸은 섭취된 음식을 당으로 변환시켜 사용하고, 남은 당은 간과 근육에 글리코겐으로, 지방 세포에는 지방산으로 저장하게 됩니다. 그리고 음식을 먹을 수 없는 밤 수면 시간에는 간에 있는 글리코겐을 다시 당으로 변환시켜 사용하고, 며칠씩 굶더라도 지방 세포의 지방산을 당으로 전환하여 사용합니다. 이렇게 저장된 칼로리를 당으로 변환시키는 호르몬은 글루카곤, 코르티솔, 에피네프린 등 많지만, 남은 당을 저장시키는 호르몬은 인슐린 하나밖에 없습니다.
대사증후군은 영양 과잉, 비만 등으로 이런 인슐린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인슐린 저항성이 원인입니다. 즉 인슐린이 있어도 당이 잘 저장되지 않은 상태로 인슐린 과잉 분비 상태에 있는 것입니다. 불행하게도 이 인슐린은 췌장에서 무한하게 생산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곧 인슐린이 부족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당이 저장되지 않아 혈당이 오르는 당뇨병이 되는 것입니다.이러한 고인슐린혈증으로 인해 혈압이 오르게 되고 지질 대사에도 영향을 미쳐 고혈압과 고지혈증에 취약하게 됩니다. 즉 영양 과잉으로 당이 오르고, 활동 부족으로 당 사용이 적어 고인슐린혈증이 초래되는 것이 대사증후군의 원인입니다. 그런데 사람마다 유전적 차이로 인해 인슐린 분비 능력이 달라 질환의 발병 시기가 다를 수 있습니다. 대사증후군의 올바른 치료 방법은 식이 요법과 운동 등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식이 요법과 운동을 비교하자면 식이 요법이 훨씬 중요합니다.예를 들면 커피믹스 한 잔이면 75칼로리 정도이고, 스타벅스 커피 1병은 350칼로리입니다. 그런데 100칼로리 정도를 운동으로 소모시키려면 보통 2킬로미터 정도는 걸어야 합니다. 커피 한 잔을 인슐린 분비 없이 소모시키려면 30분 정도 운동해야 합니다.이와 같이 음식을 먹기는 쉬워도 섭취된 음식을 운동으로 소모시키는 것은 어렵습니다. 식이 요법의 원칙은 2가지입니다. 먼저 하루 동안 섭취하는 칼로리양을 줄이는 것입니다. 지방은 1그램에 9킬로칼로리이고 탄수화물과 단백질은 4킬로칼로리입니다. 즉 고지방식일수록 적은 양이라도 고칼로리입니다.
두 번째는 당화 지수입니다. 음식의 종류마다 당화 지수가 모두 다릅니다. 포도당은 소화가 필요 없이 바로 흡수되는 물질입니다. 당화 지수(glycemic index)란 식품을 섭취한 후 체내 혈당 상승 반응을 나타내는 지수로, 탄수화물 함량이 같은 여러 음식을 섭취한 후, 2~3시간 동안 체내에 혈당 상승 정도를 포도당을 섭취했을 때의 혈당 상승과 비교한 것입니다. 당화 지수가 높은 음식을 먹으면 열량은 적어도 혈당이 급상승하고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게 됩니다. 즉, 당이 빨리 올라가면 그만큼 인슐린 소모량이 많아지고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시킵니다. 흰 쌀밥보다 현미나 잡곡밥은 같은 양이라도 칼로리가 적고 당화 지수가 낮아 인슐린 소모를 줄일 수 있습니다.
과일도 주스로 먹는 것보다는 그냥 과일로 먹는 것이 칼로리도 낮추고 소화도 서서히 되어서 당을 빨리 올리지 않습니다.운동은 근육량을 늘려서 당 대사를 증가시켜 줍니다. 특히 하체의 허벅지 근육은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 몸의 근육에서 이루어지는 당 대사의 70퍼센트를 허벅지 근육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하체 근육이 튼튼한 사람들은 대사증후군이나 당뇨와 같은 대사성 질환에 잘 걸리지 않습니다. 채식 위주의 저칼로리 식이 요법과 등산, 걷기, 조깅 등 하체 운동이 대사증후군 치료에 왕도임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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