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은 기본적으로 다양한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간다. 스트레스란 적응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할 때 느끼는 심리적, 신체적 긴장 상태를 말한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업무 효율을 높이고 기억력을 향상시키기도 하지만 심한 스트레스는 우울증을 비롯한 다양한 정신과적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가 소진증후군(Burn- Out Syndrome)이다.
소진증후군은 직장 내에서 직무 또는 대인 관계에서 기인하는 만성적, 감정적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이다. 특정한 일에 지나치게 몰두함으로써 어느 순간 자신이 하던 일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무기력감에 빠져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는 상태로 미국의 정신분석학자 프뤼덴버그(Herbert J. Freudenberger)가 자신이 치료하던 한 간호사에게서 이 증후군의 최초 사례를 찾아내면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이 증후군은 ‘소진’이라는 용어에서 알수 있듯이 활활 타오르다가 갑자기 모두 불타 버린 연료처럼 한 가지 일에 무리하게 에너지를 모두 쏟은 후 무기력해지면서 업무에 적응하지 못하는 증상을 빗댄 말이다이러한 증상은 대체적으로 완벽주의 성격의 사람들이 직업적 스트레스에 장기간 노출되었을 때 나타난다.
자신의 욕망은 억누르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항상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 등 인정 욕구가 큰 사람, 일 자체를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여기는 사람 등이 이 증후군에 이환될 위험이 높다. 또한 외부적 요인으로는 직장에서 요구하는 업무량이 많거나 시간적으로 촉박하게 결과물을 요구할 때, 위계질서가 경직되어 있을 때, 역할에 대한 경계가 명확하지 않을 때, 팀워크가 불안정할 때,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자유가 부족할 때, 지지 체계가 부족할 때 이 증후군이 나타날 확률이 높다. 자신이 기대했던 이상만큼 현실의 결과물이 만족스럽게 성취되지 못하면 육체적, 정신적 피로가 쌓이면서 증상이 발생한다.
증후군의 초기에 발생하는 위험 신호로는 목표한 일에 대한 책임감이 커지면서 피로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이전에 가졌던 일 또는 상대했던 고객들에게 헌신했던 마음이 점차 무뎌지고 삶 자체에 대한 흥미가 감소한다. 그다음에는 자신을 책망하며 우울감에 빠지고 분노감이 발생한다. 일의 효율성도 떨어지며 창의력, 판단력, 동기도 감퇴된다. 풍요로웠던 감성도 무뎌지고 삶 자체가 단순해진다. 만성 피로감, 불면, 에너지의 감소뿐 아니라 두통, 요통, 소화 불량, 호흡 곤란, 만성 감기 등의 다양한 신체적 증상을 겪게 되고 결국엔 절망만 남아 죽음을 생각하기도 한다.
소진된 사람들은 휴식과 재충전 없이 맡겨진 일을 끝까지 완수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사로잡혀 하루를 보낸다. 비단 직장인뿐 아니라 주부나 학생 등 ‘목표한 일’에 대한 압박에 시달리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이와 같은 증상에 빠질 수 있다. 건강한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있더라도 극복하려 노력하고 쉽게 회복되며 삶의 일부로 즐겁게 받아들이는 반면,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모든 주변의 일들을 냉소적으로 받아들이고 삶 자체를 포기해 버리기도 한다. 소진증후군은 정신적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고혈압, 허혈성 심장 질환, 대사증후군, 신경 내분비 체계 및 면역 체계의 장애와 같은 전반적인 건강 상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육체적 소진은 과도한 업무량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일을 줄이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겠지만, 정신적 소진은 업무량을 줄인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정신적 소진은 양의 문제가 아니라 질의 문제이기 때문에 일을 일시적으로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정신적으로 소진될 수 있다. 이처럼 몸과 마음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소진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생활 속에서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작은 성취에도 만족하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일에 아무리 열정을 쏟아붓는다고 한들, 오래 지속할 수 없다면 아무 의미도 없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스로를 쉬게 해 주고 스포츠 등의 여가 생활을 통해 경직된 마음을 이완시키는 것이 좋다. 또한 무조건 완벽하게 일을 처리하고자 하는 마음을 버리고 실수도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을 갖는 것이 좋겠다. 소진증후군의 증상이 직장 생활이나 일상생활의 기능을 저하시키는 등 심각한 수준이라면 전문적인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항우울제 등의 약물 치료와 정신과적 면담 치료를 함께하면 훨씬 빠른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소진 증후군은 직업과 연관된 질환이므로 개인적인 노력뿐 아니라 전반적인 직장 환경 및 사회 구조의 개선은 건강을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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