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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 培慮

by 은빛지붕 2024. 10. 9.

  

부부를 흔히들 2인3각 경기로 비유 한다. 한 사람이 조금만 타이밍을 놓쳐도 그만 넘어지거나 다치기 일쑤다. 우리네 부부사이가 거지반 그런 상태로 살아가는 것 같다. 말 한 마디도 노심초사 해야하고 젊은 시절 그 당당하던 기백은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최대한 눈치를 보며 어부인의 기분을 맞추느라 스스로 알아서 기는 형국이 요즈음의 본인의 처세다. 다 지은 업보가 무거워서 그러려니 하고 짧은 세월 그져 편하게 사는 게 최고다 싶어 下心하고 초연하게 산다. 그러니 옛날 그 무감각했던 아내에 대한 촉각이 느지막히 살아나 은근히 스트레스가 되고 또 다른 싸움의 빌미를 주기도 한다. 

 

이 세상에 이상적인 부부는 없다. 그져 참아가며 살아갈 뿐 둘 다 속은 새까맣게 타서 죽어가고 있을 뿐이다.결이 비슷하다고 해서 잘 사는 것도 아니고 성격이 좀 다르다고 해서 못 사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서로 얼마나 인내하고 서로 얼마나 배려하는가 하는 것이 부부간의 金科玉條다. 이 모든 것이 사랑이라는 범주에 들어가긴 하지만 내 생각에는 부부생활의 골격은 인내심과 배려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사람이 감정의 동물이라 툭하면 욱하는 성질이 올라오고 욱하면 고약한 성격이 행동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욱하는 성질이 올라올 때 고놈의 성질을 주저 앉히면 그만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욱하는 성질을 못 참고 행동으로 나타내고 난 후에야 후회를 한다. 그 것도 근본을 들여다 보면 내가 옳다는 아집때문에 생기는 일들이다. 사단이 일어나면 한 번 정도는 易地思之하는 생각의 연습을 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다. 내 생각이 죽어도 옳다 하더라도 상대편 입장에서 생각할 때는 상대방 생각이 전적으로 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점심에 삼겹살을 먹고 싶은데 아내는 국수를 고집한다. 다이어트니 혈압이니해서 질색을 얹어 팔색을 한다. 여름에 더위를 견디느라 힘이든 남편이 삼겹살 몇 점을 먹고싶다고 하는데 그 것도 이해를 못 한다니 서럽기도 하지만 꼭 국수를 먹어야 한다니 그리하기로 했다. 밀가루가 다이어트에 좋은지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아내의 의견을 쫓기로 했다. 인내와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겠다. 현실을 살아가는 방법이니 어쩔 수 없다.

늘 배려와 사랑을 설파하지만 일방적인 인내와 배려가 된지 오래다.

 

아내가 일어서서 창문을 연다. 배롱꽃이 저리 만발해 있지만 내 마음은 모를 것이다.

인내와 배려가 갸우뚱해지는 오전이다.  나르는 새들이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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