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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잘 버는 이들의 돈 잘 쓰는 법

by 은빛지붕 2024. 10. 29.

 

 

 

 사회의 지배 계층이나 높은 지위의 사람들에게는 이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와 책임이 수반된다는 의미를 지닌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라는 프랑스 격언이 자주 인용된다. 이 격언을 조금 확대하여 살펴보면 사회에서 더 높은 지위를 지니고 있거나, 더 많은 부를 갖고 있거나, 더 많이 배운 사람들이 그들이 갖고 있는 것을 솔선하여 나머지 사회 구성원들과 나눌 의무가 있다는 뜻으로, 그래야만 사회적 정의가 구현될 수 있다는 말이다. 사회적 정의가 비교적 잘 구현되는 서구 선진 사회에서는 굳이 이런 격언을 드러내어 말하지 않아도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어서 그들 스스로가 사회 통합과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서유럽 사회는 말할 것도 없고, 사회적 계급이 존재하지 않은 역사적 배경을 지닌 미국에서도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일찌감치 구현되기 시작했다. 부의 사회 환원을 통해서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구현했던 가장 대표적인 인물로 앤드류 카네기(Andrew Carnegie, 1835~1919)와 존 록펠러(John Rockefeller,1839~1937)를 꼽을 수 있다.카네기는 철강 산업으로 성공하여 막대한 부를 얻은 후, 생전에 3억 달러 이상을 사회에 기부했다. 그는 또한 오늘날의 카네기 멜론 대학의 전신인 카네기 대학을 세웠고, 당시 금액으로 2억 3,500만 달러(현재로 환산하면 약 12억 달러, 한화로는 약 2조 4,000억 원)를 들여 카네기 재단을 세웠다. 카네기 재단은 주로 교육과 인문 과학 그리고 국제 평화와 민주주의에 관련된 분야를 지원하고 있다.


록펠러는 석유 산업으로 부를 얻었다. 그 역시 자신의 부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그가 삶을 마칠 때까지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에 당시 금액으로 무려 5억 3,000만 달러를 기부했다. 지금도 뉴욕의 맨해튼 중심지에 가면 록펠러 재단이 자본을 대어 지은 일군의 건축물들을 볼 수 있는데, 이 건축물군을 그의 이름을 기리는 의미로 ‘록펠러 센터’라고 부른다. 록펠러 재단은 주로 건강과 환경에 관련된 분야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문화 예술과 인문 과학 분야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미국에서의 재단을 통한 부의 사회 환원 문제는 일시적이고 단발적인 행사로 그치지 않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계층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더욱 기부 문화에 동참함으로써 그 노블레스 오블리주 문화가 더욱 아름다운 전통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미국의 새로운 전통에 부합이라도 하려는 듯이 현재의 미국 부호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적극적으로 자신들이 이룬 부의 사회 환원을 주장하며, 또한 솔선하여 이를 수행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로는 현재 미국 최고의 부자라고 할 수 있는 빌 게이츠(Bill Gates, 1955~)와 투자의 귀재라는 호칭을 받고 있는 조지 소로스(George Soros, 1930~)와 워렌 버핏(Warren Buffet, 1930~)을 들 수 있다.


빌 게이츠는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시피, 하버드 대학교를 다니던 중 친구인 폴 앨런(Paul Allen)과 함께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사를 설립하여 이를 초대형 기업으로 성장시킨 입지전적 인물이다. 개인용 컴퓨터 시장의 확산에 맞추어 마이크로소프트사가 개발한 프로그램이 전 세계 컴퓨터 시장을 석권하면서 그는 역대 어느 부호 못지않은 엄청난 부를 축적하게 되었다. 해마다 발표되는 세계의 억만장자 순위에서 13년 연속 1위에 오르는 등 늘 세계 최고 부자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빌 게이츠가 세상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이유는 그가 갖고 있는 성공 신화 때문만은 아니다. 바로 자선 사업이었다. 애초 자선 사업에 그리 관심이 없었던 빌 게이츠에게 자선 사업에 눈을 뜨게 한 것은 바로 그의 아버지였다. 시애틀에서 시민운동에 참여해 온 그의 아버지는 빌 게이츠에게 부의 사회 환원을 늘 강조했다. 이런 아버지의 바람을 외면할 수 없어서 기부 재단을 창설하게 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기부에 수동적이던 빌 게이츠는 아내와 함께 아프리카를 여행하던 중 아프리카인들의 참상을 목격한 후, 새삼스레 아버지의 가르침을 이해하게 된다. 그 이후로 빌 게이츠는 아내와 함께 본격적으로 자선 사업에 뛰어들었고, 세계 1위의 부호라는 이름에 걸맞게 더욱더 많은 돈을 재단에 기부하게 된다. 그는 자신이 갖고 있는 재산의 95퍼센트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지 소로스와 워렌 버핏은 기업 경영과 무역 등을 통해서 부를 축적했던 역대 부자들과는 달리 펀드와 주식투자 등을 통해서 부를 축적했다. 동유럽 헝가리 출신의 유대인인 소로스는 금세기 최고의 펀드 매니저로 통하며 미국 금융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월스트리트에서 펀드 매니저로 일하면서 많은 돈을 벌게 되었다.증권 세일즈맨의 아들로 태어난 워렌 버핏은 네브래스카 대학을 졸업한 후 콜럼비아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졸업 후, 단돈 100달러로 주식 투자에 뛰어들어 자신이 개발한 투자 전략으로 억만금의 수익을 올리는 주식 투자의 귀재로 자리잡았다.2010년을 기준으로 미국의 경제 전문 잡지 <포브스>는 워렌 버핏을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부자로 선정하기도 하였다. 소로스와 버핏 역시 기부 재단을 통하여 그들이 모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소로스는 “돈을 쓰는 것이 버는 것보다 어렵다.”고 말하면서 돈을 잘 쓰면 그 효과는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 효과’로 나타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부의 사회 환원을 통해 열린 사회로 나아가기를 갈망하는 그의 철학을 집약적으로 대변한다. 버핏 역시 돈을 버는 일이 사람들이 추구하는 목표가 아니고 단지 부산물이라고 말하면서 돈을 버는 것보다 번 돈을 사회로 환원하여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버핏은 부자들은 일종의 사회적 의무를 지니고 있다는 신념을 굽히지 않고 있고, 이런 신념에 기초하여 이른바 ‘버핏세’라는 부자들에게는 더 많은 세금을 걷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부자들의 성공 이야기를 접하면 자칫 그들이 이룩한 어마어마한 부와 그들의 근검절약하는 생활 태도 때문에 그들이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저질렀던 부정적인 과정을 쉽게 망각하게 된다.
카네기는 노동자를 탄압했고, 록펠러는 ‘더러운 돈을 모은 자’ 그리고 ‘시대의 최고 범죄자’라는 오명을 받아야만 했을 정도로 악덕 기업의 전형을 보여 준 사람이기도 하다.
 빌 게이츠 역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는 무관심해서 처음부터 자선 사업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인물이고, 소로스와 버핏은 자본 독점을 통해서 투자보다는 투기에 기초하여 경제적 불평등을 악화시켰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물들이다.그럼에도 그들이 여전히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인물로 남을 수 있는 것은, 돈을 버는 과정에서 보여 준 그들의 태도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벌어들인 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철학을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삶 뒷면에 불편한 진실이 있음에도 그들의 이름이 길이 남을 수 있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그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에서 ‘노블레스’보다 ‘오블리주’에 방점을 찍는 삶을 선택했기 때문이다.현대 사회에서 부는 이제 더 이상 ‘악한 것도 선한 것도 아닌’ 절대적인 그 어떤 힘을 가진 대상이며 세상을 움직이는 중요한 힘이다. 우리 한국 사회에서도 이제 세계적인 기업이 나오고, 천문학적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전해진다. 그런 기업인과 부자들이 이 사회와 소통하며 부를 나누어 가진다는 미담이 우리에게 들려올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