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식이 형은 어떻게 사나요?” “참 어렵게 되었단다. 그런 것 보면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세상살이 같더라.” 최근에 고향에 갔을 때 내가 아버지에게 들은 말이다. 만식이 형은 내 어릴 적 시골집 어귀에 살았던 먼 친척뻘 되는 연동 아제네 둘째 아들이다. 만식이 형은 정이 많고 믿음직스러운 사나이였다. 그는 위에 형이 없는 우리 칠 남매에게 동네 아이들이 쉽게 넘보지 못하도록 울타리 역할을 충실히 해 줬다. 각자 갈 길을 가면서 우리는 만난 지가 언제인지 모를 만큼 소원한 사이가 되었고, 지금은 단지 이따금씩 부모님을 통해 연동 아제 내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만식이 형 소식도 듣는 형편이다.만식이 형은 나이가 들면서 서울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그는 운도 좋고 성실도 해서 돈을 좀 모았고, 얼마 지나서는 서초동에 큰 빌라를 사서 잘 산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서는 만식이 형이 큰돈을 벌어 주겠다고 자기 부모님을 끈질기게 설득하여, 연동 아제 내외는 남부럽지 않을 정도로 살 만한, 평생 모으고 일군 전답과 집을 몽땅 팔아 만식이 형에게 보냈고, 둘째 아들의 호강을 받아 가며 여생을 잘 살아 보려고 아예 거처까지 서울로 옮겼다고 아버지는 내게 소식을 전해 주셨다.또 얼마 지나서는 연동 아제 내외가 서울의 고급 빌라가 아닌 용인 들판에 있는 초막 같은 집에서 아들이 사 놓은 땅을 지키며 춥고 외롭게 살고 있다는 말이 들려왔다. 성질이 급한 연동 아제는 화가 나서 술로 세월을 보냈고, 설상가상으로 다리에 난 상처를 제때에 치료하지 못해 고생을 많이 하다가, 다리가 더 썩어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종아리 부분을 절단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연동 아제 내외는 더 이상 용인 들판에서 살 수 없다고 만식이 형을 향해 “내 돈 돌려주라! 다시 고향으로 내려가 살란다!”라고 울분을 토해 냈고, 만식이 형은 “땅 팔리면 드리겠다.”고 응대를 하며 부자간에 대판 싸우는 일이 잦아졌다는 소문도 내 귀에 전해졌다. 그 후 연동 아제 내외는 꿈에도 그리던 고향으로 되돌아가지 못하고 서울 사는 큰아들네 지하 방으로 거처를 옮겼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낮에도 불을 켜야 하는 컴컴한 그 지하방에서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을 내 아버지는 혀를 끌끌 차며 전해 주셨다.요즈음에는 만식이 형이 거의 알거지 수준으로 망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부동산 투기를 해서 돈을 좀 만지기는 했으나 크게 한몫을 잡으려고 빌딩을 하나 샀는데, 그것이 부동산 사기꾼에게 걸려든 것이었고, 사기당한 부동산 되찾으려고 재판을 하다가 있는 재산도 다 허비하게 되었다는 것이 내가 최근에 들은 만식이 형의 근황이다.사람은 누구나 돈을 좋아한다.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행복하기를 원한다. 사람들은 돈을 모아 부자가 되면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위에서 소개한 만식이 형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그리고 만식이 형의 아버지 연동 아제의 꿈은 보통 사람의 마음이다. 만식이 형 부자가 별난 사람들이 아니라는 말이다.
재물을 모아 부자가 되고 그래서 행복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소망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만식이 형의 슬프고 안타까운 인생 스토리는 무엇이 문제인가? 어떻게 하면 재물이 불행의 원인이 아니고 축복의 증거가 될 수 있으며, 행복한 삶에 도움이 되게 할 수 있을까? 참으로 진지한 질문이다. 이 질문은 재물을 좋아하고, 또 행복한 인생을 살기 원하는 모든 사람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요, 넘어야 할 도전이 아닐 수 없다.행복의 원인이 되는 재물! 우리네 삶의 축복의 증거가 되는 재물! 재물이 그렇게 되도록 하기 위해 우리가 재물을 어떻게 보고 다루어야 할지 성경은 너무도 분명하게 증언한다.
첫째, 성경은 재물을 하나님의 축복의 증거라고 말한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 그의 아들 이삭, 이스라엘 열두 지파의 조상 야곱, 이집트 파라오의 오른팔 요셉, 당대 의인으로 하나님의 인정을 받은 욥 그리고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를 위해 장지를 빌려 준 아리마대 사람 요셉 등 성경에 나오는 많은 사람들이 부자였다. 하나님은 우리가 부자로 살기를 원하신다. 따라서 부자가 되고 싶고 부자로 사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만식이 형이 돈을 많이 모으고 싶고, 연동 아제가 노후에 더 편하게 살고 싶은 꿈을 가진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둘째, 성경은 재물을 모으는 방법으로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을 강조한다. “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줄 것이니 곧 후히 되고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하여 너희에게 안겨 주리라”(누가복음 6장 38절)라는 말씀은 재물을 모으는 방법을 잘 설명하고 있다. 남에게 베풂으로 그것이 복이 되어 나에게 더 많은 것으로 돌아오게 하라는 것이 성경의 가르침이다. 재물을 모으기 위해 인색하게 행동하고, 만식이 형처럼 부모를 불행하게 만들면서까지 집착하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라는 뜻이다. 재물을 모으는 과정에서도 행복해야 진짜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셋째, 성경은 재물을 사용하는 목적에 대하여도 현대인의 생각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하나님이 능히 모든 은혜를 너희에게 넘치게 하시나니 이는 너희로 모든 일에 항상 모든 것이 넉넉하여 모든 착한 일을 넘치게 하게 하려 하심이라”(고린도후서 9장 8절)는 성경 말씀은 현대인의 재물 사용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잘 설명하고 있다.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유한 재물을 이기적 동기로 사용한다. 이기적이라는 말은 나 중심이라는 뜻이다. 나, 내 자식, 내 가족의 호의호식만을 생각하며 재물을 모으고 사용한다면 그것은 재물을 허락하신 목적과 빗나간 것이다. 우리가 소유한 재물을 착한 일을 위해 그리고 남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으로 나누는 일에 사용한다면 우리 삶은 진정한 기쁨과 보람과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성경은 가르치고 있다. 만약에 만식이 형이 부자가 되어야 할 분명하고도 바른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넷째, 재물은 따라오는 것이지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고 성경은 말한다.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마태복음 6장 33절). 여기서 이 모든 것은 먹고 마시고 입고 사는 것들, 즉 우리가 재물을 모으는 이유와 관련된 것이다. 성경의 바른 정신을 가지고 살 때 우리가 필요한 재물은 당연히 뒤따라오게 되어 있다는 것이 성경의 재물관이다. 만식이 형은 억지로 부모의 재산까지 끌어들이고 부동산 투기를 해 가면서 재물을 모으려고 애를 썼다. 그런 방법은 한두 번은 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덫에 걸릴 수밖에 없다. 속이지 않으면 속을 수밖에 없는 방법으로는 그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다. 이것이 세상의 이치이고, 성경의 가르침이다. 만식이 형은 그 덫에 걸린 것이다.
EBS 다큐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그 프로그램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양 사람들에 비해 행복감을 느끼는 기준에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소개하였다. 그것은 ‘상대성’이라는 잣대가 너무 강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내가 가진 재산보다 내 친구, 내 친척, 내 이웃이 소유한 재산이 나와 비교하여 얼마나 많고 적은지가 내 행복을 결정하는 데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뜻이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되고, 남의 행복이 나의 불행이 되는 세상, 그런 세상에서는 진정한 쉼이나 행복이 있을 수 없다.내가 가진 것으로 만족할 수 있는 마음, 더불어 살면서 얻을 수 있는 배려의 기쁨과 감사의 마음, 그런 마음으로 살 때 우리의 재물은 자연스럽게 넉넉하게 되고 그런 재물이 우리네 삶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이 성경의 정신이고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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