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게 나이 들기Well dying(웰 다잉)

 

 

 

 

 

15년째 집 앞 작은 공원에서 매일 운동하는 할머니가 계셨습니다. 남편을 여의고 홀로 지내시지만

어찌나 자기 관리를 잘하시는지 건강 식단에 맞춰 규칙적으로 살려고 항상 노력하셨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입맛도 사라지고 기력도 쇠해 보였으며 재미있게 다니던 복지관 노래 교실도

시들해지신 듯 보였습니다. 지난 겨울에 몸이 아파 서울 아들네로 들어갔던 할머니의 친구가 돌아

가셨기 때문입니다. 마치 주변의 아름드리 나무들이 하나둘씩 잘려 나가고 민둥산에 홀로 남은

외로운 나무 같은 신세가 된 듯했습니다. 찾아오지 않는 자녀들에게 괜히 서운한 마음만

들었습니다. 이러다가 덜컥 아프기라도 하면 자식들에게 짐이 될 것 같아 걱정되기도 했지만,

마음 놓고 편안하게 함께할 자식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아 서러웠습니다.사실, 태어나서 늙어 죽는

것은 우리가 저항할 수 없는 자연의 이치입니다. 자기 관리를 잘하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도,

아무리 현대 의학이 발전했다고 해도, 나이 드는 것은 막을 수가 없습니다. 늙기 싫어도 늙어 가고,

죽기 싫어도 매일 죽음으로 향해 가고 있습니다. 중년 이후 나이가 들면서 이러한 자연의 섭리를

인정하고 남은 시간들을 소중하게 계획하며 지나간 시간들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죽음의 수용은 삶의 포기가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인 삶의 수용입니다.

 

죽음의 준비는 자신의 마지막을 생각하면서 ‘지금, 여기에서’의 삶을 보다 의미 있게 잘 사는

것입니다. 고단하지만 보람 있게 잘 보낸 하루가 그날 밤 평안하고 달콤한 숙면을 취하게 하듯이

최선을 다해 살아온 인생은 행복한 마무리를 선물로 줄 것입니다.그러면 어떻게 해야 가을 단풍

잎이 곱게 물드는 것처럼 늙어갈 수 있을까요?여유로운 마음으로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욕심을 내려 놓으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서야 합니다. 지나치게 건강에 집착하거나 매달리지 않고

육체적으로 약해진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바위산을 오르는 청년의 열정 대신에 공원을 산책하는 것도 멋있는 일이고, 컴퓨터를 새롭게

배우고, 친구들과 함께 등산을 하거나 봄 햇살을 받으며 채마밭을 가꾸는 것도 가치 있는 삶의

일부분입니다. 또한 자신의 지난 과거를 받아들이고 화해하며 고독을 다루는 법을 배울 필요도

있습니다.국가나 민족에게 역사가 필요하듯이 자신의 개인 역사를 정리하고 기록하는 것은

살아온 삶을 반성하며, 사랑하고 감사했던 아름다운 추억들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됩니다.

 

그뿐 아니라 흠집과 상처투성이였던 자신의 영혼을 치유하고 위로받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자녀들에게 남기고 싶은 가치관이나 인생의 경험 중 얻게 된 정신적인 유산을 소박한

글로 기록하고 정리한다면 자녀들에게 귀한 교훈이 될 수 있습니다.인간관계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사람은 이기적인 마음이 강해집니다. 노욕(老慾)이 생깁니다.

성숙하지 못한 사람은 어른이 되어도 어른이 아닌, 아이 어른으로 남게 됩니다. 아이 어른의

특징은 자기(ego)가 강하므로 모든 것을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합니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고집이

세지면서 가족 관계와 대인 관계가 파괴됩니다. 자녀와의 관계에서도 느긋하게 기다려 주고

포용하는 마음을 가지려면 자기를 끊임없이 비우고 버리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자신이 가진

평생의 고정 관념을 버리는 연습은 나이가 들수록 더 필요합니다. 어린 자녀들은 부모의 말을 잘

듣고 순종해야 하고, 나이가 들수록 부모들은 자녀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것이 세대 차이를 극복하고 소통할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좋은 소통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평생을 통해 얻은 인생의 소중한 경험과 노하우를 전해 줄 수 있는 관계가 형성됩니다.

하버드 졸업생을 대상으로 건강한 노화에 관한 연구가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연구 결과, 어떤 사람이 건전한 노후 생활을 할 수 있을지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요소들 중 성숙한

대처 능력을 갖고 남의 의견을 잘 수용해 주는 것이 포함되었습니다.
​'물질’ 중심이나 ‘일’ 중심, ‘나’ 중심의 인간관계를 맺으면 나이가 들수록 찾아오는 사람이 없고,

따르는 사람도 없어 외로워집니다.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고 시선을 자신에게만 집중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부족하지만 자신이 갖고 있는 재능과 시간을 사용하여 최선을 다해 돕는

것을 일찍부터 실천하는 것이 건강한 노화로 가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행복한 노년의 진짜 비결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하는 데 있습니다.

 

봉사를 통해 타인의 삶에 참여할 수 있으므로 삶에 대한 끊임없는 흥미를 얻게 되며 그 보답으로

주위 사람들의 사랑까지 돌려받게 됩니다.사람의 외적 신체의 성장은 20대에 정점에 달했다가,

그 이후부터는 쇠퇴하여 서서히 노화에 접어듭니다. 그러나 성숙에는 끝이 없습니다. 육체의 외적

성장의 정지는 바로 내적 성숙의 여정에 오르라는 신호입니다. 벼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것처럼, 토마토가 익으면 붉어지는 것처럼, 성숙한 사람은 비록 외적 성장은 멈추지만 내적으로

숙성되고 원숙해져서 마음의 그릇이 넓어지고 온유함을 소유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결코

낙심하지 않습니다. 비록 우리 겉 사람은 시들어 가지만 우리 속 사람은 날마다 새로워집니다”

(고린도후서 4장 16절, 현대어성경).

외적 성장은 멈춰도 내적 성숙, 영적 성숙은 죽을 때까지 계속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