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서로간에 다른 습관들로 인하여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때론 웃지 못할 해프닝도 생긴다.
내게도 신혼시절 몇 가지 에피소드가 있다.나는 강원도 양양의 한 어촌이 고향이다.
대개 어부들은 새벽 미명부터 하루를 시작한다. 자연히 가족들의 하루는 아버지가 바다로 나가시는
새벽 4시경이면 시작해서 저녁 9시면 잠자리에 든다. 반면 아내의 집안은 장사를 했다.
밤 12시쯤 일이 끝나면 새벽이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이 두 사람이 부부가 되어 시작한 신혼은
과연 어떠했을까? 저녁과 아침의 부조화, 생각해 보면 그땐 내가 좀 우세(?)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좋은 생활 습관이라는 통념 때문이다. 처음엔 책에서 읽은 건강 상식을 인용하면서
아내에게 습관을 바꾸도록 제안(?)했다. 그러나 아내는 그 습관을 바꾸기 어려운 모양이었다.
그러자 나는 아내가 틀렸다고 몰아 부쳤다. 얼마쯤 지나서 아내가 지혜를 발휘했다. 잘 시간이 되면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가 내가 잠들면 다시 일어나서 자신만의 시간을 보냈다. 그것도 한참 후에 안
사실이지만….명절이나 집안 행사 때 양가에 가는 일에 한가지 큰 고통이 따랐다. 우리 집에 가면
아내는 원치 않는 잠을 일찍부터 자야 했고 나는 처가에 가면 초저녁부터 쏟아지는 잠을 참느라
힘들었다. 우리는 적어도 이 부분만큼은 너무 달랐다. 생각해 보면 아마 아내의 고통이 훨씬 더 컸을
것 같다.이런 경험은 나로 하여금 나와 다른 것이 틀리다고 말하지 않고 서로 다를 뿐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해 주었다. 여전히 많은 경우에 다른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지만 틀렸다고 말하기
전에 다른 것에 대해 이해하고자 조금 더 노력하려고 한다. 잠자는 이야기로 시작했으니 잠과 관련
된 이야기를 하나 더 해 보겠다.
내 아내는 하나님께 복받은 사람이다. 왜냐하면 성경에 말씀하시기
를“여호와께서는 그 사랑하시는 자에게 잠을 주시는도다”(시편 127편 2절)라고 했기 때문이다.
결혼한 첫 해 추운 겨울 어느 날이었다. 당시 우리는 아파트 2층에 살고 있었다.
출장을 갔다가 새벽녘에 집에 도착하니 열쇠가 없었다. 초인종을 눌렀다. 몇 번이고 초인종을 눌러
도 응답이 없자 새벽이라는 것도 잊고 문을 향해 거의 애원했다. 동전을 꺼내어 두드리다가 결국은
공중전화 박스에 갔다. 아내가 전화를 받으면 뭐라고 화를 낼까 생각하면서….
그러나 아내는 전화도 받지 않았고 다시 초인종, 동전 두드리기, 발로 차기까지 했지만 도무지 문이
열리지 않았다.온갖 복잡한 마음에 아래를 쳐다보니 우유나 신문을 넣는 작은 구멍이 있었다.
아! 나는 대단히 신통한 해결사라도 만난 듯 기뻤다. 뚜껑을 열고 아내의 이름 부르기를 수 차례
했지만 대답이 없었다. 순간 또 다른 방법이 보였다. 그것은 현관 앞에 놓인 신발이었다.
좁은 구멍 속으로 팔을 넣고 신발을 집어서 방문을 향해 던졌다. 그런데 신발을 다 던졌는데도
반응이 없다. 마지막으로 신었던 구두를 벗었다. 그러나 구두 두 짝이 무슨 힘이 있으리요.
앞서 던졌던 신발과 마찬가지로 거실만 어지럽게 할뿐이었다. 이 사투(?)는 앞집 문이 열리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새벽에 양복 입고 넥타이 맨 앞집 남자가 맨발로 서 있는 모습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부부 싸움 끝에 쫓겨났을까? 아니면 아예 들어가지도 못하고 벌서고 있는 것일까?
하여간 상황을 잠시 설명했더니 자기 집에서 전화를 다시 해 보라는 것이다. 춥기도 하고 발도
시려서 얼른 따라 들어갔다. 전화벨이 계속 울렸고 결국 아내는 길고도 긴 잠을 깨고 전화를 받았다.
단지 전화벨이 한번 울리는 소리를 듣고 깨어났다는데… 그 다음 상황은 독자들의 상상에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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