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가 들어가면 …/GIGO

 

 

통증 때문에 골반정렬 전문 치료사에게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통증 부분만 치료하면 될 성 싶은데 허리, 등, 어깨 심지어는 배 근육까지 몸 구석구석의 근육들을 만진다. 이번에는 오른쪽 팔꿈치가 불편하다고 했더니 팔꿈치가 아닌 어깨의 위쪽 근육을 마사지한다. 이와 같이 우리 몸은 몸 전체가 상호 의존적인 하나의 시스템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의 문제는 전체와 서로 연계되어 일어난다는 것이다. 기업경영에 있어서도 어떤 문제의 징후가 나타났을 때 그 부분에만 집중하는 것은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 수 있다.기업이 생산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을 관리하는 것은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그러나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 부분적으로 어떤 생산 과정에만 착안한다면 좋은 상품을 지속적으로 만들기 어렵다. 투입에서부터 여러 생산라인 그리고 상품이 소비자에게 판매되고 전달되기까지 모든 과정이 잘 관리되지 않으면 안 된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그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는 마지막 단계까지도 잘 관리해야 일류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품질경영의 효시라고 불리는 데밍(W. Edward Deming 1900~1993) 박사의 전사적 관리(Total Quality Management)개념은 시스템적 접근에 기초한다. 데밍 박사는 전후에 일본에 초빙되어 일본 경영자들에게 품질 및 관리기법을 훈련시켰고 그 결과 일본 제품이 한때 세계를 석권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인물이다. 데밍의 경영철학은 기업이 적절한 경영 관리 원리들을 적용함으로써 품질을 향상시키고 제반비용을 절약할 수 있으며, 생산 활동을 별개의 여러 활동으로 보지 않고 총체적인 시스템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품질을 통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 경영자와 종업원들은 지속적으로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그 위에 고객 만족, 인간성 존중, 사회 공헌을 중시하는 경영철학이 있어야 하고, 기업은 장기적인 성장을 추구하여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데밍이 진행하는 경영 세미나에서 자주 다음과 같은 실험을 하였다고 한다. 한 포대의 구슬을 컨베이어에 붓고 참가자들로 하여금 결함이 있는 구슬을 찾아내도록 했다. 그런데 결함이 있는 구슬을 다 찾아내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상품의 품질은 특정 과정에서만 잘한다고 해서 관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원료의 투입에서부터 생산라인 전체에 걸쳐 관리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한겨울에 대학의 한 건물 입구에 지켜 서서 학생들로 하여금 문을 닫고 다니도록 ‘잔소리’를 해 보았다. 결국 잔소리밖에 되지 않았다. 바람이 잘 부는 쪽에 문을 내려면 덧문을 처음부터 만들었어야 했던 것이다.데밍 박사는 조직 전체의 문제에 대한 책임은 15퍼센트 정도가 종업원들 몫이며 나머지 85퍼센트는 대체로 시스템의 몫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풀어서 말하면 좋은 품질을 만들기 위해서는 종업원들을 다그쳐서 될 일이 아니고 처음부터 품질을 염두에 둔 시스템의 설계 및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유명한 미국 기업들의 특성을 경쟁사와 비교하여 연구한 스탠포드 경영대학원의 한 연구보고서1)에서도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도록 하는 조직 시스템을 개발하는 일이 최고경영자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극심한 경쟁 가운데서도 백 년이 넘도록 살아남은 IBM, 3M, Ford 등 굴지의 기업 최고경영자들은 자신들보다 더 오래 살아갈 이른바 계속 기업(Going Concern)을 위해서 그것이 가능할 수 있는 조직 시스템 개발을 '대박’ 상품의 개발보다 더 중요시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기업 환경의 어떤 역경에서도 친사회적인 사명과 경쟁적인 시스템이 닻이 되어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컴퓨터 용어 가운데 GIGO(Garbage In Garbage Out)라는 말이 있다. 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가 나온다는 뜻이다.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상호 의존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시스템의 주요 구성 요소인 투입(Input)-처리(Proces)-산출(Output) 고리에서 결과물의 어떠함은 투입과 산출 모든 과정과 연계되어 있다. 일상생활에 있어서도 결과물이 좋으려면 그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관련된 모든 과정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더 좋은 것은 처음부터 결과물이 좋도록 시스템을 설계하고 개선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