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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머리가 좋아지는 수면법

by 은빛지붕 2024. 10. 4.

 

 

 

수년 전, 유명 일간지에서 주최하는 학부모 대상 입시와 학습 관련 강연에 강사로 초청받아서 간 적이 있다. 수면과 학습을 연관 지어서 강의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자료를 준비했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유명 입시 학원의 학습 컨설턴트라는 분이, 대학 보내려면 자녀들을 4시간 이상 재울 생각은 하지 말라는 말로 강연을 마치는 걸 들었다. 이어서 그 청중을 앞에 놓고 내가 ‘청소년은 9시간 이상 잠을 자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절벽을 마주하는 심정이었다. 잠을 줄여서 공부해야 할까? 잠을 줄여서 공부하려는 열의는 대단한 것이지만 옳은 방법은 아니다. 과거 입시 합격자들의 한결같은 답은 “잠은 충분히 자고 공부했다.”라는 것이다.


최근 들어 수면이 뇌 과학자들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 뇌 기능, 특히 학습에 수면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쥐에게 미로를 따라가서 먹이를 찾아 먹는 과제를 시키면서 뇌파를 측정했다. 쥐가 잠을 잘 때 낮에 나타났던 뇌파가 되풀이되어 나타났다. 한편, 잠을 방해해서 그 뇌파가 나오지 못하게 하자, 다음 날 미로를 찾아가는 과제를 잘 수행하지 못했다. 쥐가 자면서 낮 동안 경험한 것을 수면 중에 재생하면서 학습하는 것이다. 사람도 낮에 학습한 내용을 해마라는 뇌의 단기 기억 저장소에 모아 두었다가 수면 중에 그 내용을 대뇌로 옮긴다. 잠을 자지 않으면 이런 작업이 일어나지 않고 낮에 배운 내용이 기억으로 남지 않는다.

 

시험 기간에 벼락 공부한 내용은 나중에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낮에 어떤 내용을 배우고 이어서 깊은 잠을 충분히 자야만 학습이 완성되는 것이다. 학습 시간은 길고, 수면 시간이 짧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불을 보듯이 뻔하다. 실제로 수면 시간이 짧으면 기억력이 떨어지고 지능과 학습 능력이 낮다는 연구 결과는 상당히 많다. 그럼에도 잠을 줄여서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초·중·고교 학생의 권장 수면 시간은 9시간이며 적어도 7시간을 꼭 자야 한다.


수면 시간 못지않게 잠의 질도 중요하다. 9시간 잠을 자더라도 수면 질환으로 깊은 잠을 못 잔다면, 실제 수면은 6시간에도 못 미칠 수 있다. 소아·청소년이 입을 벌리고 자면서 코를 골고 호흡이 멈추는 수면무호흡증이 동반된다면 뇌에 산소 공급이 되지 않으면서 뇌 발달이 심각하게 방해받게 된다. 또한 깊은 잠을 자지 않으면 이때 분비되는 성장 호르몬이 급감하고 키가 제대로 자라지 않는다. 소아·청소년의 경우 편도 비대가 원인이며 수술을 통해서 완치할 수 있다.
청소년 중에는 낮 동안 심한 졸음으로 학교 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밤에 충분히 잠을 자도 낮 동안 졸음이 3달 이상 지속되면 기면증을 포함한 과다수면증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기면증은 청소년기에 시작되는 수면 질환으로 졸음으로 인한 학업 능력 저하가 가장 큰 문제이다. 졸음이병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단순히 의지가 부족해서 그런 것이라고 치부해 버리며 병으로 인한 피해를 키우게 된다. 수면다원검사와 주간검사를 통해서 증상의 심한 정도를 평가하고 약물로 치료하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해진다.


청소년기에 흔한 수면 문제 중 하나가 늦잠이다. 중고생을 둔 부모 중, 아침마다 아이를 깨워서 학교 보내기 위해서 전쟁을 치른다는 분들이 있다. 청소년기의 수면 뇌는 어른의 그것과 다르다. 청소년기에는 수면 뇌가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을 늦게 분비하게 만든다. 그래서 잠드는 시간이 늦어지기 쉽다. 청소년의 늦잠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밤 11시 이전에 잠자리에 들 수 있도록 규칙을 정하고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아침에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도록 하고, 아침 시간에 침실 커튼을 걷고 밝은 빛에 노출시켜서 멜라토닌 분비를 줄여야 한다.

 

이런 생활 패턴을 반복하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날 수 있도록 수면 리듬을 조정할 수 있다.
살펴본 바와 같이 잠은 두뇌 기능을 유지하고 효율적인 학습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잠을 줄인다고 해서 공부를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성장과 두뇌 활동에 필요한 수면시간을 확보하고, 그 시간 동안은 수면 질환의 방해 없이 깊은 잠을 잘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