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꿈꾸는 세상이란 어떤 곳인가? 그것은 이상에 그치는 것인가? 이것은 인류가 현재까지 씨름하고 있는 질문이다. 분명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은 존엄성을 가지며, 천부 인권과 무한한 가치를 지닌다. 그래서 이 세상이 어떤 형편과 처지라고 해도 인간은 하나님 앞에 존귀한 존재이고, 살아야 할 사명과 이유 그리고 목적을 지닌 존재이다.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분명 한계가 있지만 그것을 향해 도전하고 문제의식을 갖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 도리이다. 한국의 종교계 특히 기독교계는 미국 다음으로 세계적 선교 대국으로 발전했고, 세계 대형 교회들 중 절반 이상이 한국에 있는 등 양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종교와 신앙이 바로 선 것인지에 대한 성찰을 하게 된다.
공의의 세상 | 인간은 사회 조직과 질서 유지 및 생명과 안전을 위해 태고부터 법을 제정하고 실시해 왔다. 이 사회와 인간 조직의 운영 원리가 법인데, 이 말에는 항상 정의가 함께 사용되어 법과 정의, 혹은 공의와 정의, 이를 한마디로 공의라고도 표현했다. 이 공의가 하나님의 천지 창조의 기초이며, 고대 이스라엘의 율법의 토대이고 장차 인류 심판 시의 표준이 된다고 말해진다. 법과 정의는 성경의 근본 원칙이다. “오직 공법을 물같이, 정의를 하수같이 흘릴지로다”(아모스 5장 24절).
법(法, 히, mišpat)은 대체적으로 재판, 공정 및 율법의 규정들을 뜻하고, 원칙, 규범, 올바른 판단력, 상식과 순리를 말한다.
한자의 법(法)이라는 글자가 물 수(水) 변에 물이 흘러가는 갈 거(去) 자로 구성된 것은 흥미롭다. 법은 마치 물이 공평하게 흘러가는 것처럼 순리를 따라 행하고 악을 제거하는 것을 말함 같다. 물처럼 공평하게 흐르며, 낮은 곳과 약한 곳을 보듬으면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과 비유될 수 있다.정의(히, ṣedeqah)는 법을 따라 바르게 행하는 것과 자비와 사랑의 실천을 의미한다. 정의는 신(神)의 영역에 속한 것으로 특권과 기회를 분배하는 것이다. 이것을 시행하지 않으면 심판이 따르게 되어 있다. 이 법과 정의는 마치 쌍둥이 자매(twin sisters)처럼 성경에 나타난다. “긍휼과 진리가 같이 만나고 의와 화평이 서로 입맞추었”다(시편 85편 10절; 89편 14절; 97편 2절; 이사야 16장 5절 참조). 공의라는 말은 법을 기초로 자비를 행하는 것을 말한다.
보편적 가치와 공동선 | 이러한 공의는 사회를 바로 세우는 조치들로 절차와 과정 및 결과에서 오늘날의 공정성, 민주성, 효율성 및 투명성 등의 보편적 가치와 공동선을 수반한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화두로 제기되는 자유 민주주의의 공정한 시장 경제나 복지 및 법치주의 토대가 바로 공의이다. 이스라엘의 모든 제도는 공의를 세우기 위한 것이다(레위기 18장 5절; 신명기 4장 1절; 30장 16절; 시편 19편 9절; 119편 142절 참조).오늘날 한국 사회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다종교, 다원화 사회를 지향하고 있다. 어떤 특정 종교가 모든 가치를 압도하거나 인권과 삶을 억압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대 시대나 심지어 현재에도 세계 도처에서 자행되고 있는 특정 종교의 거의 신의 나라(神國)에 가까울 정도의 전횡을 우리나라가 극복한 것은 매우 고마운 일이다.
기독교가 전통 종교인 불교와 유교 등에 비해 후발이지만 120여년 전 한국 선교 이래 일제 강점의 민족 고난의 심연에서 국민 계몽, 교육과 의료 수준의 신장에 결정적으로 기여함으로 민족의 호감을 얻는 데 일조했고, 이로써 교세가 확장된 것으로 보인다. 종교와 신앙은 무엇보다도 보편적 가치와 공동선에 부합되어야 하고, 사회와 시대를 앞서 솔선수범해야 한다. 종교계의 모든 조직과 활동이 공정하고, 민주적이며 투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재, 아집, 권력욕과 이권 추구 등의 혼란을 보일 때 일반인들의 실망을 사게 되고 사회적 영향력이 감소하게 된다. 종교계의 모든 지위, 권한, 및 기회와 특권은 분산되어야 하고 그것들을 봉사를 위해 활용해야 한다.
도덕성의 기준 | 종교와 신앙이 인간 양심과 정신의 기본이기 때문에 종교계의 윤리와 도덕의 수준은 사회 도덕성의 근간이 된다. 공의는 국가 번영의 초석이다. “의는 나라로 영화롭게 하고”, “보좌가 공의로 말미암아 굳게 섬이니라”(잠언 14장 34절; 16장 12절). 작금 우리나라 일부 기독교 지도자들의 행태는 매우 아쉽게 느껴진다. 총회 시의 금품 수수, 비민주적 관행, 교권이나 이권의 세습 등 투명성과 공정성에서 보이는 미흡한 면은 속히 극복되어야 할 과제이다. 종교 지도자들이나 신앙인들이 일반 시민들로부터 존경을 받기 위해서는 의식, 제도 및 관행에 일대 쇄신과 개혁이 필요하다. 종교 지도자들과 신앙인들이 일반인들의 시민 의식에도 미치지 못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는 매우 개탄스러운 일이다.기독교 신앙의 본질은 자유와 사랑이다. 예수께서도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요한복음 8장 32절).
“네 마음을 다하며 목숨을 다하며 힘을 다하며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고 또한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누가복음 10장 27절; 마가복음 12장 33절 참조)고 말씀하셨다. 타 종교나 신앙에 대해서도 소통하고 존중하며 다양성을 이해하는 관용이 필요하다. 사회 윤리나 도덕에 반하지 않는 종교 및 신앙 행위에 대해, 사소한 교리적 차이 등으로 타 신앙 행위를 교인 수 등의 잣대로 반인륜적 및 반사회적 집단 내지 거짓 신앙의 이단 사이비로 매도하는 폭력을 행하지 말아야 한다. 신앙의 본질은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며 이것은 타인에 대한 배려와 희생에 기초한다. 이것이 참된 행복의 길이다. 세상을 살맛 나고 신명 나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종교인들의 자아 희생적 헌신이 필요하다.
바람직한 종교와 신앙 | 바람직한 종교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 무엇보다도 종교적 신조와 행위가 공의, 보편적 가치와 법 질서를 따라야 한다. 즉 법을 준수하고, 정의를 행하고, 선을 사랑하며 이웃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종교와 신앙의 정도이다.몇 가지 예를 들자면, 일정액 이상 헌금했다면 거기에는 반드시 영수증이 발급되어야 하고, 수입이나 지출이 투명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지도자를 신격화함으로 비행이나 범행을 인식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또 한국 사회에서 일부 일어났던 일이지만, 시한부 종말이나 심판을 앞세워 이권이나 재산을 탈취하는 등의 잘못을 경계해야 한다.
반사회적이고 비윤리적 행위를 금하며, 어떤 명분으로도 학업, 병역, 가정, 건전한 사회 활동 등을 거부하게 하는 등의 일탈을 막아야 한다. 종교적 강령을 내세워 생명을 경시하거나, 축재나 이권의 기회로 이용하는 것도 절대 금물이다.오늘날 종교계가 대형화되었음에도 고난 받는 이웃들을 위한 희생과 배려가 부족한 것은 아쉬운 현상이다. 신자들은 소금과 빛의 사명을 부여받고 있다. 소금처럼 스스로 녹여져서 부패를 막고 맛을 내는 역할을 감당해야 하고, 그러할 때 어둠을 밝히는 빛의 직분을 감당하게 된다.오늘날 이 시대에 종교에 대한 기대는 바로 종교계가 공정한 모습으로 거듭나는 것이라고 본다. 사회 어떤 분야보다 공의가 확립된 종교계의 모습이 그리워진다. 종교계와 신앙인의 모습이 사회와 민족의 희망으로 우뚝 서게 되기를 소망한다.신명 나는 세상, 희망과 꿈이 실현되는 세상으로, 기독교적으로 다가올 내세의 모습을 보여 주는 모습으로 우뚝 서게 되기를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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